이 상 국 |  | 04.04.24 10:12 
한국의 축구 팀 응원단이 “붉은 악마” 라고 한다. 그 때문 만으로는 아니겠지만 축구장을 뒤덮는 붉은 물결은 차분한 사람들 조차 들뜨게 만드는 것 같다. 아마 색 갈 때문이겠지만 정말 자극적인 이름이다.

이 악마라는 이름이 어떤 분들은 교인으로서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분들도 있는 듯 하다. 미국에도 아이스 학키 팀 중에 “Devil”이란 이름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운동 팀에 얽힌 “악마”라는 이름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한 일이 없어서 크리스천으로 반대하여야 할지 별 의견이 없다. 우리가 상용하는 개역 성경에는 악마란 단어가 없으니까….?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든 귀신 귀자가 붙어서 인지 마귀는 여러 마리 같으나 악마는 한 마리인 듯한 인상을 준다. (?)

우리가 어릴 때에는 왜 그런지 귀신이 제법 무서운 것이었다. 촌 사람들은 장독대에도, 뒷간에도 부엌에도 그기 해당하는 독특한 귀신이 있다고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들었다. 어릴 때는 밤이 되면 특히 그믐이나 초승이면 밤길을 혼자 걷기가 무서웠다. 혼자 가면 뒷머리 채를 귀신이 낚아채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미국에 와서 놀란 것은 서양 사람들은 모든 귀신이 나와서 야단을 치는 때가 그믐이 아니라 보름달이 밝은 때라는 미신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주일 학교를 다니고 교회에 열심히 나갔지만 귀신, 악마, 마귀, 악령, 사탄, 참소자……에 대하여 어떻게 틀리는지 심각하게 들어 본 일이 없다. 마귀와 귀신들은 같은 것인지? 마귀는 많은 무리인지, 하나인 존재인지 혼돈이 된다. 광야에서 예수님을 시험한 사탄은 한 존재 같이 이야기 되는가 하면, 예수님이 쫓아낸 귀신들 중에는 군대 같이 많은 무리도 있다.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적을 이기려면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대적 마귀를 어휘상 잘 모른다. 마귀에 대한 것은, 오늘 날만 그런 것이 아닌 듯하다. 옛날에도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 누구인지 때로 혼돈한 사람들이 있은 듯하다.


“마귀(Devil)와 그의 천사들과 반대 세력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그들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충분히 명료하게 그들이 무엇이며,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마귀는 천사였으나 반대자가 되었으며 할 수 있는 대로 많은 천사들을 끌고서는 그와 같이 떨어져 왔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c. 248, Origen )

“우리는 마귀가 아무것도, 무엇 하나도 창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외냐 하면 진실로, 다른 천사들과 같이 그 자신도 하나님이 만드신 하나의 창조물인 때문이다.” ( c. 180 Iraenius)


악마란 단어 대신에 개역 성경에서는 마귀라고 기록하였다. 영어로는 Devil이다. 한편, 귀신, 악령, 깨끗하지 않는 영….등으로 표현된 영(Spirit, Spirits)들은 Demon이라고 번역되었고 귀신들린 자를 Demonized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나 때로는 막연하게 Devil이라고도 번역 되어 있는 곳도 있다.

희랍 원어에는 이 문제가 분명하게 다르게 표현된다. 한글 성경에서 마귀라고 번역된 단어는 diabolos로 되어 있고 복수가 없다. 귀신이나 악령들에 해당하는 단어는 daimon 혹은 daiamonion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이 단어들은 복수가 있다. diabolos로 번역된 헬라어는 히브리어의 Satan을 번역한 것이다.

구약의 사탄은 27회 기록된 중에 희랍어 70인 역으로 번역 될 때에는 18회가 희랍어 Diabolos로 번역되었다. 관사가 붙지 않는 사탄이란 단어는 적대하는 것이나 반대하는 것으로 기록된 곳도 있다. 관사가 붙으면 우리가 말하는 사탄이 되고 욥기에 만도 14회가 언급되어 있다. 우리 신약에는 사탄을 의미하는 diabolos가 38회, satanas가36회,그리고 사탄으로 1회 기록되어 있다. (김경래 교수; 사본들을 통해 보는 성경; 388p 마귀, 사탄)

복음서 중에 daimon에 해당하는 명칭은 주로 요한을 제외한 공관 복음에 고루 기록되어 있고 60회 이상이 있다. 제일 나중 기록된 요한 복음에는 귀신들린 사람의 기록이 없는 것으로 요한은 생각이 달랐다고 할 수는 없다. 요한의 기록에도 예수님이 자신이 귀신들렸다는 말을 하는 유대인들과 대화 하시는 중에 그들을 마귀의 자식이라고 표현하시는 장면이 있다. 신약의 사상은 모든 병이 모두 귀신으로 인한 것이 아니고 귀신 들린 병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 7-8장: Edersheim; The Life and Times of Jesuss Messiah) 그래서 일반적인 신약의 사상은 일치한다.

원어에 따라서, 마귀란 사탄을 의미한다면 사탄이 복수가 될 수 없다. 마귀란 유대인들의 사상을 일부 계승한 신약의 사상에서는 원래 사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사 중 하나이다. 구약에서는 아름답게 창조된 천사인 사탄과 (겔 28;14-19) 그의 타락을 이야기한다고 믿는다. (사14:12-17) 유다서 베드로서 요한 계시록에서도 타락한 천사의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다른 반대 세력에 대하여서 우리들은 이사야서에서 배웠다.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Lucifer)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확실히 말씀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말한다. 그는 과거에 Lucifer라고 아침이면 비취든 것이었다. 원래 어두움이었더라면 어찌 이렇게 나타날 수 있었겠는가? 어찌 그가 빛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비취일 수 있었겠는가? 또 우리 구세주께서는 어찌 ‘보라, 나는 사탄이 하늘에서 번개 같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하셨겠는가? (c. 225, Origen)


구약에서 마귀 사탄은 거짓말쟁이이고, 살인자이고, 거짓 말을 하는 참소자이다. 곧 악이다. 사탄은 아바돈, 바알세불, 벨리알, 귀신의 왕, 공중 권세 잡은 자, 사망의 세력, 시험자….드등으로 불리는 악의 축의 우두머리 즉 일인자이다.

우리 한국 말과 풍속에서는 “귀신들의 왕” 사탄의 사상이 결핍하여서 마귀에 대한 정돈이 어려운 듯 하다. 그래서 찬송가도 1) 마귀들과 싸울지라 (388장) 2) 마귀들의 군사들과 (393장) 3) 원수 마귀 모두 (389장) 4) 이 세상 모든 마귀를 다 쳐서 (397장) 같은 복수가 사용되는 어휘의 모순이 나오게 되었다. (김경래 교수; 사본들을 통해 보는 성경)

나는 히브리어나 헬라어를 잘 몰라서 그렇지만 이상 글들을 통해 보면, 우리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바탕에 얽힌 사탄은 한 존재이고 그가 끌고 온 수많은 악령들이 그의 부하 귀신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사상인 듯 하다.